문재인 대통령·기업인 대화 120분간 무슨 얘기 오갔나?

이재용 “정부가 기업 의견 좀더 경청해 신바람 나게 일했으면”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1/18 [10:50]

문재인 대통령·기업인 대화 120분간 무슨 얘기 오갔나?

이재용 “정부가 기업 의견 좀더 경청해 신바람 나게 일했으면”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1/18 [10:50]

▲ 지난 1월15일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토론은 당초 예정했던 시간을 30분이나 넘길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대통령 “고용 앞장서 달라”

기업인 “규제 좀 풀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1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130여 명을 기업인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모토로 열린 이날 만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중견기업이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재계 초청 행사였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토론은 당초 예정했던 시간을 30분이나 넘길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가 끝난 뒤 기업인들과 영빈관에서부터 본관-불로문-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경내 산책도 했다.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회동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호프 데이’ 미팅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월1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120분간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중견기업 및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상의 회장단을 초청해 진솔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모토로 열린 이날 만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중견기업이 대거 참석했다. 

 

주요 그룹 총수와 CEO들은 사전에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 모인 후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버스 안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기도.  

 

문 대통령 “일자리 관심 가져라”

 

이후 문 대통령이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대기업·중견기업 기업인 등 130여 명을 초청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2019 기업인과의 대화’는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에게 “지금까지 잘 해오셨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하며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300인 이상 기업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라며 “30대 대기업 그룹은 지난 5년간 고용을 꾸준히 늘려왔고, 300인 이상 기업은 작년에 고용을 5만여 명 늘려서 전체 고용 증가의 절반을 차지했다”며 그간의 고용 창출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300인 이상 대기업이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과 환기시킨 뒤 “주요 기업들이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을 위해 꾸준히 투자를 해주셨지만, 작년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아쉬움이 크다”며 적극적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여러 기업들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내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신산업과 신기술, 신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바라마지 않는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로 나아가는 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역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대폭 확대해준 것에 대해서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전체 생태계가 함께 발전돼야 한다. 상생협력이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발전전략이라는 관점에서 적극 추진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경제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그러나 정부와 기업, 노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 높일 수 있다. 올해 여러분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규제 풀어달라”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기업인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속도감 있는 규제혁파를 요구하고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남북경협, 일자리 창출 등 각종 기업현안들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고갔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양복 상의를 벗고 진행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문 대통령이 “좋습니다”라고 화답하면서 와이셔츠 차림의 토론의 진행됐다. 

 

첫 발언자로 나선 황창규 KT 회장은 “2018년 메르스 조기 진압은 그 재난 속에서도 정부가 KT한테 개인정보인 로밍 데이터를 쓰게끔 허락해줘서 빅데이터와 AI를 돌려 환자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조기에 격리시켰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 규제를 풀고 좀 더 활성화하면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다. 대통령께서 도와달라”고 개인정보 보호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을 주도할 때 세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회장은 “첫 번째 혁신성장을 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면서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철학적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또한 “두 번째 산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코스트(비용)가 문제”라면서 “얼마나 싸게 접근할 수 있는가. 코스트가 너무 비싸면 대기업도 실패한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세 번째로는 최고 인력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규제완화에 이런 철학이 깔리지 않으면 규제가 적더라도 성공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면서 “혁신성장의 또 다른 대상은 사회적 경제다. 아직도 고용 창출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당한 포텐셜(잠재력)이 있다. 대통령께 거의 2년 전에 말씀을 드린 적 있는데 관련된 법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의 질의가 끝난 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세 가지 제언 감사하다. 잘 참고하겠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분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는 중요과제다. 현재 국회에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오랜 기간 묵혀 있다. 통과가 안 돼 계류 중이다. 그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최 회장님께서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씀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서 축적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20조 원 이상 확보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대체로 단기성과를 중심으로 R&D가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단기에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위조로 가고 있는데 R&D도 보다 장기적 과제,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은 실패할 수도 있는 그런 과제다. 그런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R&D 자금을 배분해서 실패를 통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그래서 실패해도 성실한 노력 끝에 그 결과로 실패한 것이라면 그것 자체를 하나의 성과로 인정해 주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과기부에서 각별히 관심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5% 늘려 202만 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부와 외교부, 그리고 현대자동차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인 바,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와 함께 협력사와의 상생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자동차 부품업계 활력 제고 방안’ 등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저희 회사도 협력사들에 1조7000억 원을 지원하여 협력사들과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요즘 대기 문제·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위해서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 원을 투자하고, 몽골 2700만 평의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의선 부회장께서 미세먼지를 말씀하셨는데, 3일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 평균수치는 작년보다 개선되었으나 심한 날의 수치는 더 악화되어 국민들이 느끼시는 체감도는 더욱 좋지 않은 것 같다.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창원시 등에서 공기청정기 산업을 주력으로 특성화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미세먼지와 관련된 기업들 차원의 대책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좀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용 “일자리 약속 지킬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국제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되었다고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국제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되었다고 하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이 부회장은 또한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면서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하여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개인적 이야기를 하자면 두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들 커가는 것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털어놓으며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기회, 꿈과 희망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혁신기술 인력 중점 지원하겠다고 하며, 고용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석박사, ICT, AI 인력 양성을 지원하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차세대 반도체 등으로 미래산업 창출되면 행사장에 걸린 캐치프레이즈 ‘기업이 커가는 나라’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중요하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첨단산업뿐 아니라 전통산업도 체질 개선할 수 있도록 선도해 가겠다. 우리 민족은 우수한 민족이다. 올해 6000억 불 수출을 달성했다. 세계 6위의 성과다. 정부가 좀 더 기업의 의견을 경청해 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오늘 행사장에 걸린 캐치프레이즈처럼 ‘함께 잘사는 나라’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업 책임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이 변화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공정위 발표를 보듯이 기업이 자발적 노력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 등도 작동 중이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일부 기업이 우려하고 있는 대목도 있다. 법 개정보다 시장의 자율적 감시 기능 통해 기업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 확대 매진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기업 입장에서 속도에 아쉬움 있을 수 있다"며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검토하며 성과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뭐니뭐니 해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좋은 일자리, 둘째, 상생과 협력”이라며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노력에 감사한다. 국민들 기대가 큰 만큼 계속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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