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모든 삼성 제품 ‘빅스비’ 얹겠다”

자체 AI 플랫폼 키우는 삼성, 국내 빅스비 개발 전폭 지원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12/06 [11:03]

“2020년까지 모든 삼성 제품 ‘빅스비’ 얹겠다”

자체 AI 플랫폼 키우는 삼성, 국내 빅스비 개발 전폭 지원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12/06 [11:03]

구글·아마존보다 AI 도전 2~3년 늦은 삼성, 생태계 확장 심혈

후발주자 전략은 최대 하드웨어 제조사 장점 살린 개방과 협업

 

▲ 정의석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Day)‘에서 “AI·5G 등 새로운 기술에 2020년까지 약 22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 개발자 행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고 “빅스비 생태계 확장에는 외부 개발자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보다 AI 플랫폼 도전이 2~3년 늦은 삼성전자가 생태계 확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 세계 최대 하드웨어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AI 후발주자로서 택한 전략은 개방과 협업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5억 대 이상 팔리는 스마트폰·가전제품 등 하드웨어 최대 회사의 장점을 살리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2020년까지 모든 자사 제품에 ‘빅스비’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삼성전자의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Day)’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해외 바이어가 우리 딥서치 서비스만의 강점을 물을 때 망설임 없이 ‘빅스비’라고 말한다. 별도의 배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삼성의 모바일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절약하는 셈이다.”

 

2019년 상반기 빅스비를 활용해 금융·기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 딥서치 김재윤 대표는 지난 11월20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빅스비 개발자 데이’에서 빅스비 생태계에 먼저 발을 들여놓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더 많은 개발자들이 빅스비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빅스비 서비스 통합 개발 환경인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소개하고, 빅스비의 비전을 공유하는 ‘빅스비 개발자 데이’를 마련했다. 약 700여 명의 개발자와 파트너사가 함께 모여 빅스비 기술부터 AI의 미래까지 다양한 고민을 나눴던 소통의 현장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까?

 

함께 만드는 개방형 인텔리전스

 

빅스비는 지난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18(SDC 2018)’에서 커다란 진화를 예고했다. 빅스비의 서비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모든 개발자에게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공개한 것. 이날 진행된 빅스비 개발자 데이 또한 이런 빅스비 생태계 확장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국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빅스비의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정의석 삼성전자 부사장은 “모바일 디바이스에 빅스비를 우선 탑재했지만, 향후 삼성의 모든 가전 디바이스에서도 빅스비를 활용할 것”이라 말하며, “다른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빅스비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개발자들이 만든 서비스가 결실을 볼 수 있는 ‘빅스비 마켓 플레이스’도 구상 중”이라며, “전 세계 수많은 사용자가 개발자 여러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빅스비가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의 중요한 특징은 외부 개발자도 삼성전자 내부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툴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개발자가 사용하는 툴을 외부 개발자에게 모두 공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지수 삼성전자 상무는 “개발자들이 삼성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플랫폼 발전에 자유롭게 참여해야만 AI가 성장하고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AI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무대에 오른 삼성전자 비브랩스의 아담 샤이어 상무 역시 “빅스비는 단순한 것은 더 단순하게, 복잡한 것은 보다 덜 복잡하게 하고자 개발된 플랫폼”이라며 “빅스비가 일상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될 수 있게 더 많은 이들이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동반성장 이룰 수 있는 플랫폼

 

현장의 개발자들에게 누구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은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미리 활용해 서비스 캡슐을 만들어 본 개발자들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빅스비 생태계에 먼저 참여 중인 파트너사와의 패널 토의를 통해 개발자들에게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토의 패널로 참석한 망고 플레이트의 김대웅 대표는 “우리는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맛집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데이터들의 연결점이나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 풍부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앱 특성상 사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음성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답을 찾는 중이다. 이 부분이 잘 해결되면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교육 플랫폼 운영 중인 매스프레소 이종흔 공동대표는 “빅스비는 소비자가 별도로 AI 스피커를 사지 않아도 어느 기기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빅스비의 차별화된 접근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인공지능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는 챗봇 개발 스타트업 기업 미스테리코(Mysterico)의 고남길 대표는 패널들의 토의를 들으며 “빅스비 플랫폼이 새로운 AI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망고 플레이트의 김대웅 대표의 말에 공감했다”며 “아까 체험존에서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잠시 이용해 봤는데, 우리도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세션 참가자 강효정씨는 “회사에서 내부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앱을 개발하고 있는데,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활용해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볼 예정”이라며 “음성 인식을 활용해 메일 작성, 메일 읽어주기 등을 개발해 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래리 헥(Larry Heck) 삼성전자 전무는 “1990년대 웹(Web)이 세상이 바꾼 것처럼 AI도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거장이 말하는 빅스비

 

AI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는 빅스비. 이를 위해 빅스비 개발자 데이에 AI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퍼스널 어시스턴트의 미래(The Future of Personal Assistants)’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삼성전자 래리 헥 전무는 “퍼스널 어시스턴트는 ‘이용자를 사고의 중심’에 두고 ‘모든 곳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있어 삼성전자는 다양한 종류의 디바이스로 잘 설계 해나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헥 전무는 또한 “차세대 AI는 수많은 집단에서 생성된 수억 개의 AI 서비스가 모였을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툴(Tool)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헥 전무가 AI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마지막 세션 강연자로 나선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AI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80년대부터 AI 연구자들이 생겨났지만, 90년대 초까지 현실적인 문제로 ‘혹한기’를 보냈다. 때문에 현재 미국과 중국이 AI를 이끌어 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오늘 빅스비 개발자 데이가 새로운 AI의 생태계 포문을 잘 연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도 AI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과 인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길로 발을 떼기 시작한 빅스비.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언제나’ ‘어디서나’ 이해하는 인텔리전스가 모든 디바이스에서 통합적으로 기능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삼성전자 정의석 부사장의 말처럼 빅스비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을 함께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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