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움직이는 사람들 9]갤럭시S7 '쿨링 시스템' 개발주역 4인방

"오래 써도 열받지 않는 기능 스마트폰에 담으려 고민 많~이 했지요"

정리/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6/04/15 [10:37]

[삼성을 움직이는 사람들 9]갤럭시S7 '쿨링 시스템' 개발주역 4인방

"오래 써도 열받지 않는 기능 스마트폰에 담으려 고민 많~이 했지요"

정리/김혜연 기자 | 입력 : 2016/04/15 [10:37]
▲ 갤럭시 S7 시리즈의 발열 감소를 책임진 4인방. (왼쪽부터)이해진∙이상현 책임, 구경하 수석, 조정규 책임.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누구나 스마트폰을 오래 쓸 때 기기에서 열기가 느껴져 멈칫했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너무 무리하게 작동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돼 잠시 기기 사용을 멈춘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갤럭시 S7 시리즈에는 과도한 발열에 대한 걱정 없이 오래 쓰는 기능을 담았다. 그 비결은 바로 ‘쿨링 시스템(cooling system)’이다. 쿨링 시스템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느끼는 작은 불편에까지 주목, 갤럭시S7 개발진이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뤄낸 ‘또 하나의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갤럭시 S7은 어떤 과정을 거쳐 쿨링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었을까?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를 바탕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4인방이 털어놓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업계 최초 ‘0.4㎜ 서멀 스프레더’ 구현

갤럭시 S7 시리즈에 적용된 쿨링 시스템의 핵심은 방열 부품의 일종인 ‘서멀 스프레더(thermal spreader)’다. 사실 서멀 스프레더는 갤럭시 S7 시리즈 이전에도 스마트폰에 탑재된 적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 두께를 처음으로 0.4㎜까지 최소화해 갤럭시 S7 시리즈처럼 얇은 두께의 스마트폰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 점이다.

▲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경하 수석은 “서멀 스프레더를 최대한 얇게 만들기 위해 원재료인 구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배합, 설계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서멀 스프레더는 방열에 흔히 쓰이는 구리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경하 수석(선행요소기술그룹)은 “서멀 스프레더를 최대한 얇게 만들기 위해 원재료인 구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배합, 설계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구 수석에 따르면 서멀 스프레더는 물의 상태 변화를 활용, 열을 퍼트리는 기술이라는 것. 

 

“서멀 스프레더는 소량의 물과 다공성(多孔性) 재질로 구성된다. 물이 열기를 흡수하면 증기로 변해 파이프 내 빈 공간을 이동한다. 반대로 열을 빼앗기면 다시 액체로 바뀌어 다공성 재질을 따라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발열 현상을 줄이는 것이다.”

 

“고성능 AP 탑재하면서 발열 잡는 게 관건”

갤럭시 S7 시리즈에 적용된 쿨링 시스템엔 사용자를 배려한 개발진의 진심이 숨어 있다. 조정규 책임(선행제품개발1그룹)에 따르면 갤럭시 S7 시리즈엔 최신 고성능 중앙처리장치(Application Processor, 이하 ‘AP’)가 탑재돼 있다는 것.

 

“최신 고성능 AP를 갖춘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열을 많이 낼 수밖에 없다. 결국 성능과 방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 하는 게 관건이었다.”

▲ 이상현 책임은 “기구 강도 문제가 발생해 서멀 스프레더 길이를 60㎜로 제한해야 했을 땐 정말 아득해지더라” 고 털어놓았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조정규 책임을 비롯한 개발진은 애초 AP 자체 온도를 낮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AP에서 발생한 열을 표면으로 빠르게 이동, 방출시키는 구조를 설계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터졌다. AP뿐 아니라 충전∙통신 등 그 밖의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에서도 상당한 열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연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치열한 고민과 거듭된 실험 끝에 서멀 스프레더가 문제 해결의 열쇠로 최종 낙점됐다.

 

“사내에서도 ‘꼭 넣어야 하냐’고 하더라”

서멀 스프레더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구경하 수석은 “갤럭시 S7 시리즈 개발 과정에서 다른 부문 개발진에게 ‘쿨링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삼성 스마트폰 모델에 쿨링 시스템이 적용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나의 기기에 모든 기술을 다 집어넣을 순 없으니 모든 개발 단계에서 마치 구명 보트에 태울 물품을 결정하듯 더하거나 뺄 기술(과 부품)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쿨링 시스템 빼면 안 되느냐’는 얘기도 수십 번 들었다.”(웃음)

▲이해진 책임은 쿨링 시스템을 가리켜 “일반 국도 옆에 새로 생긴 고속도로"에 비유했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실제 개발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이상현 책임(기구개발2그룹)은 “기구 강도 문제가 발생해 서멀 스프레더 길이를 60㎜로 제한해야 했을 땐 정말 아득해지더라”며 “수 차례 시뮬레이션을 계속한 결과, 80㎜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조정규 책임에 따르면 스마트폰 쿨링 시스템은 달리 말해 ‘하드웨어 방열 솔루션’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처럼 소형 기기에 탑재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최대한의 방열 효과를 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결국 제대로 된 쿨링 시스템을 갖추려면 소모 전류를 개선하고 최적화된 발열 제어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등 관련 하드웨어 기술과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유기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조 책임의 귀띔이다.

▲ 조정규 책임을 비롯한 개발진이 치열한 고민과 거듭된 실험을 한 끝에 서멀 스프레더가 문제 해결의 열쇠로 최종 낙점됐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서멀 스프레더는 국도 옆 신설된 고속도로”

개발진의 땀과 노력이 어린 쿨링 시스템은 갤럭시 S7 시리즈가 작동되는 내내 자동으로 구현된다. 이해진 책임(선행요소기술그룹)은 이를 가리켜 “일반 국도 옆에 새로 생긴 고속도로"에 비유했다.

 

“교통량이 적을 땐 일반 국도로 달려도 충분하다. 하지만 교통량이 급증하면 고속도로가 교통량 분산에 큰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에서도 마찬가지다. 발열량이 갑자기 늘면 서멀 스프레더가 알아서 기기 내 열을 분산시키니까.”

 

삼성전자 뉴스룸과의 인터뷰 내내 네 사람은 “쿨링 시스템의 성공적 탑재는 팀 내 여러 부서와 협력업체 간 협업 덕분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방열 기능을 갖춘 신소재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갤럭시 S7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출시된 요즘도 이들은 사내 연구 인력과의 교류, 외부 학회 참석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찌감치 차기 모델 쿨링 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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