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국세청 87억 세금전쟁 비하인드 스토리

중국에서 받은 배당 세금 더 냈다며 조세심판 청구했지만 기각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09/09 [17:00]

삼성전자 vs 국세청 87억 세금전쟁 비하인드 스토리

중국에서 받은 배당 세금 더 냈다며 조세심판 청구했지만 기각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09/09 [17:00]

웬만해선 국세청에 맞서지 않던 삼성, 세금불복 조세심판 청구 속사정은?

▲ 삼성전자는 웬만해선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불복을 신청하지 않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조세심판원의 문들 두드려 세금을 돌려받으려다 기각을 당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삼성그룹 홈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이 중국에 설립한 자회사의 세금 문제가 국세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에서 받은 배당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더 걷어갔다며 법원의 문을 두드려서라도 세금을 돌려받겠다는 입장.

 

이들 기업이 법인세 부과에 불복해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해 달라는 조세심판 청구 건수는 1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과세의 허점을 파고들어 돌려받으려고 하는 세금은 현대자동차 116억원, 삼성전자 87억원, LG이노텍 27억원 등이지만 최근 모두 조세심판원에서 기각됐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동일한 취지로 또다른 국내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국세청의 과세가 잘못됐다고 최종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국세청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국세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중국 진출 우리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한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 관련 조세불복 청구는 총 18건(불복가액 1602억원)이 조세심판원에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8건(불복가액 674억원)은 기각됐고, 10건(불복가액 928억원)은 현재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이노텍 등의 청구가 올해 5~8월 사이에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는 자본수입국(이 경우 중국)이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하여 자국에 투자한 외국법인(이 경우 한국기업)의 투자소득에 대해 조세감면을 적용하는 경우, 자본수출국(이 경우 한국)의 국고수입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방지하고 그 감면효과를 자본수입국에 투자한 기업에 귀속시키기 위해 해당 기업이 자본수입국에서 감면받은 세액을 실제 납부한 것으로 보아 자본수출국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중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이 한 ·중 조세조약 제2의정서(이하 한중 조세조약)에 따라 배당 ·이자 등에 대해 “최대” 10%까지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 혜택을 받도록 돼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현지 법인소득에 대해 중국 당국이 감면해준 세액을 10% 세율까지는 실제 납부된 것으로 간주해 세액을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일률적으로 10%의 세율로 중국에 납부됐다고 간주하는 것이 한 ·중 조세조약 문언에 맞다고 주장하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를 제기했다. 기업들은 2008년 중국의 기업소득세 관련 법령이 개정돼 중국이 5%(종전 0%)의 세율로 원천징수 해왔기 때문에 간주외국납부세율 10%와 실제 중국에서 원천징수세율 5%의 차액인 5% 세율 금액을 중국에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이 이를 잘못 과세했으므로, 차액인 5% 세율 금액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조세심판원이 기업들의 불복청구를 기각하고 있지만, 거의 동일한 취지로 제기된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원석 의원이 확보한 서울행정법원(2013.12.3선고 2013구합6374)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중국 지사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에 대해 5%의 세율로 직접외국납부세액이 중국에서 원천징수 됐다. 이에 이 기업은 한 ·중 조세조약(제2의정서)상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를 10%로 일률 적용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5%) 간주외국납부세액으로 법인세를 우리 국세청에 신고했다.

 

국세청은 기존 입장대로 한 ·중 조세조약 관련 조항을 해석해 공제한도가 10%이지 10% 공제를 간주하는 규정이 아니라며,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를 부인해 원고에게 가산세를 포함한 법인세를 경정 ·고지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 했으나 기각(2012.12)됐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한 ·중 조세조약 문언상 "세액은 각각 배당·이자 및 사용료 총액의 10%인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명시된 점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인용해 결국 국세청이 패소했다.

 

이에 더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4.5.28선고 2013누53402)에서는 1심 판결 근거와 더불어 국세청이 2008년 발간한 <중국진출기업을 위한 세무안내> 책자도 국세청의 패소 원인이 됐다.

 

해당 책자를 보면 "중국 자회사의 지분을 25% 이상 보유한 한국 모회사가 중국 자회사로부터 수취한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한중 조세협약상 제한세율 5%를 적용받아 중국 내에서 원징수될 것이고, 이를 국내에서는 직접 납부한 5%에 대해서는 직접외국납부세액공제를 통해, 그리고 한중 조세협약 제2의정서 5조에 의하여 간주납부세율 10%와 실제 원천징수세율 5%의 차액은 중국에 조세를 납부한 것으로 간주하여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게 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책자를 근거로 항소를 기각했고, 이에 국세청이 항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2014.10.15선고 2014두38019)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웬만해선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불복을 신청하지 않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삼성전자가 세금 환급에 나선 것은 그만큼 과세 논리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박원석 의원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이노텍의 조세심판원 기각 결정문을 검토한 결과 이들 기업은 청구취지에서 모두 위 판결과 2008년 국세청 발간 책자를 인용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향후 관련 기업들의 소송 제기 시 대응방안에 대한 박원석 의원의 문의에 "해당 사건이 복잡한 법리적 해석 문제를 포함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원석 의원은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과거 국세청이 중국진출기업에 대한 세무안내책자를 발간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국세청의 자성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향후 소송이 벌어질 경우 보다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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