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삼성 손 들어준 국민연금 정보 공개하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건 찬성 의사결정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 제기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09/08 [16:28]

경제개혁연대 "삼성 손 들어준 국민연금 정보 공개하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건 찬성 의사결정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 제기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09/08 [16:28]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표 던진 이후 국민연금 1조원 가까이 손해 봤다는 지적

"국민의 연금재산 오용 삼성의 경영권 승계절차 왜곡한 책임소재 명백하게 밝혀져야"

▲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삼성 합병건 찬성 의사결정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삼성그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통합 삼성물산'이 지난 9월1일 출범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놓고 삼성과 한바탕 전쟁을 벌였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 8월 국민연금에 합병에 찬성한 근거와 의사 결정 과정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삼성 합병건 찬성 의사결정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삼성그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9월8일) 서울행정법원에 국민연금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했다"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7월2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의 투자위원회가 자체 판단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하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관련 문서 및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7월30일 사실상 비공개 결정처분 결정을 받게 되자 이에 불복하여 다시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물산 합병 이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연금이 1조원 가까이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 건을 자체 판단할 것인지 또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인지 논의한 자료 및 회의록,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의결권행사 안건을 논의한 것을 기록한 회의록, △투자위원회 판단의 참고자료(외부 자문기관 보고서 및 안건 쟁점별 요약 내부문서 등), △삼성물산 합병 건 의사결정 관련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문서 일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제출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의사표시 기재문서, △7월 10일경을 전후하여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와 송수신한 문서 일체, △ SK 합병 건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을 논의한 회의록 등이다.

 

국민연금은 이와 관련하여 '정보 결정통지서'에서 부수적인 사항에 속하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의결권행사 의사표기 기재문서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임시회의 소집 요청서만을 공개하고, 삼성물산 합병건을 자체 결정하고 찬성한 이유와 근거 및 절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재판과 관련된 정보’ 내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밝힌 비공개 결정의 사유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그 근거로 4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이유는, 국민연금은 정보공개청구 대상 목록이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재판과 관련된 정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쟁점과 관련된 것인지, 어떤 구체적 위험성 때문에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대법원은 비공개 결정이 '진행 중인 재판의 심리 또는 재판결과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정보에 한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연금의 비공개 사유는 그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근거는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정보공개법 해당 규정(법 제9조 제1항 제5호)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원고의 청구대상 정보목록은 국민연금이 이미 합병에 찬성한 사안으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여지가 없고, 오히려 해당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이 기금운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저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가 꼽은 세 번째 이유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 정보공개법상 해당 규정(법 제9조 제1항 제7호) 적용 여부는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정당한 이익 유무를 판단할 때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 및 당해 법인의 성격, 권리, 경쟁상 지위 등 보호법익 내지 정보의 내용⋅성질 등에 비추어 권리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은 단순한 기관투자자가 아니며, 그 공공적 성격에 비추어볼 때 운용의 객관성⋅투명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고, 특히 연금재산을 위탁한 국민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단순히 ‘경영․영업상 비밀’은 거부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네 번째로, ‘부동산 투기, 매점매석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원고의 정보공개 청구는 법 제9조 제1항 제8호에서 공개를 제한하는 종류의 정보가 전혀 아니라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국민연금이 정보공개 거부를 위해 해당 규정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4.75%나 감소했다.    사진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식 모습. ©사진출처=삼성물산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의 비공개 처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비공개 처분결정이 취소되고 관련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의 소중한 연금재산을 오용하여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이를 위해 절차를 왜곡한 구체적인 정황 및 그에 따른 책임소재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정보공개 거부처분 사유는 그 근거가 박약하다"고 꼬집으면서 "이는 단순히 정보공개를 지연함으로써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당장의 문제제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의 연금재산 5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 및 운용상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끝으로 "향후 기금운용본부의 투명성 제고 및 책임투자 원칙 확립을 위해서라도 현재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 추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이 스스로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법원의 판결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삼성과 헤지펀드 엘리엇의 분쟁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삼성그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4.75%나 감소했다. 이 수치는 곧 삼성이란 기업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뜻이고, 증권가 주변에서는 "한국시장에서의 외국인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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